새로운 시작


전주 파티마의 모후 레지아

담당사제   김광태(야고보)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자비의 희년을 맞아 많은 일을 하였습니다. 자비의 문을 열었고, 순례를 마치고 그 문을 통과하면서 전대사의 은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주님을 위한 24시간’과 고해성사에 참여하면서 누구보다도 먼저 우리 자신이 하느님 자비의 대상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고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였습니다. 여러 강의나 강론, 강독자료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묵상하기도 했습니다. 또 자비의 육체적인 활동과 영적인 활동을 실천하면서 직접 자비가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자비하신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의 자비를 닮고, 이웃에게 그 자비를 전하려 노력해왔습니다. 


2016년 11월 20일 그리스도왕대축일에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이 닫히면서 희년은 끝났지만 자비의 과업은 결코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폐막한 지 50년째 되는 날에 자비의 특별 희년을 시작하면서, 공의회가 시작한 새 복음화를 오늘의 교회가 더욱 새로운 방식으로 실천해 가도록 요청하였습니다. 즉 자비의 희년을 통해서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을 계시하신 ‘자비하신 하느님’을 새롭게 만나고, 그분의 자비를 전하는 일을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사실 한국천주교회만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후로 크게 성장한 교회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레지오 마리애가 처음 도입되던 무렵에는 아직 공의회가 시작되지 않았고, 그래서 평신도 사도직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레지오 단원들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단순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선교하면서 평신도 사도직을 실천하여 이 땅의 복음화에 탁월한 기여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신자 비율이 전 국민의 10%를 넘었습니다. 세계 교회의 부러움과 기대를 흠뻑 받으면서, 이제는 동아시아 복음화의 전초기지가 되어 주도록 요청 받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다른 나라로 파견되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잊으면 안 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복음화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으며, 여전히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수고와 봉사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통계를 살펴보면 안타깝게도 그런 기대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레지오 마리애만큼 새 복음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단체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찬란한 과거의 전통은 처음의 그 정신과 열정으로, 새롭게 직면하는 과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갈 때에만 제대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복음이 이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새로운 소식일 수 있는 것은 복음에서 전해주는 하느님의 지혜가 너무도 크고 오묘해서 그렇기도 하고, 또 그 복음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마음이 죄로 인해 계속 낡아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회개하면서 하느님께 다가가려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의 신앙과 영성, 믿음살이 등 모든 측면에서 퇴보하게 되어 있습니다.


새 복음화는 종래의 틀을 고수하면서 기존 활동을 되풀이하거나 더 많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열정을 새롭게 하여 달라진 상황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복음화하자는 것입니다. 혹시 우리의 열정이 예전 같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쁘레시디움 회합과 단원들의 활동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복음화 활동을 위해서 얼마나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열정이 우리 단원들의 가슴에서도 뜨겁게 솟아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자비를 간절히 기다리는 이들을 향해 다가가는 레지오 단원들의 발걸음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동반해 주시도록 기도합니다. 그래서 모든 레지오 단원들이 자비의 얼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은총의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